나를 위한 시간 만들기
음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직업병처럼 해마다 겨울이면 손등이 거칠거칠해지고, 심할 때는 쩍쪍 갈라져 피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손이 거칠다고 로션을 듬뿍듬뿍 바를 수도 없어서 항상 아침에 씻고 나서와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꼭 로션을 바릅니다.
그렇게 로션을 바르는데도 이상하게 잘 낫지 않아 몇 년을 고생하다 그 원인을 알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로션을 바르는 방법이 한 손에는 로션병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오므려서 오목한 종지 모양을 만든 다음 그곳에 로션을 붓습니다. 그런 다음 한 손에 들었던 로션병을 내려놓고 두 손바닥을 한 번 비빈 다음 얼굴이든 몸이든 손이든 로션을 바릅니다.
저도 그런 과정을 똑같이 거쳤는데, 손바닥을 비빈 다음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나면 갈라진 손등에는 로션을 안 바르더군요. 이게 제 평생의 로션 바르는 방법이었습니다. 로션이 항상 손에서 시작하다 보니 바르지도 않은 손등도 로션이 발라진 걸로 착각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겨울에 손이 갈라질 것 같다 싶을 때는 손등에 로션을 따로 바릅니다.
손바닥에 로션을 발랐기 때문에 손등도 로션을 바른 것 같은 착각을 한 것처럼, 오늘 하루 바쁘게 보냈다고 하루를 잘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참 많습니다. 매 순간순간을 쫓기듯 살지만, 정작 살펴보면 나를 위한 시간은 하나도 없고 남을 위해 지칠 때까지 움직이다가 지쳐 쓰러져 잠이 듭니다.
정작 갈라진 건 손등인데 손바닥에 로션을 발랐으니 괜찮다고 착각했던 것처럼, 남을 위한 시간을 보낸 것이 나를 위한 시간인 것처럼 착각을 하다 이런 걸 자각하면 허무해질 때가 참 많습니다.
오늘은 나를 위한 시간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도 괜찮고, 취미를 가져보시는 것도 괜찮고,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배움을 열어보는 것도 괜찮고, 그 무엇이든 나를 위한 시간을 준비해 보십시오. 하루 30분, 하루 1시간, 아니 하루 10분의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위해 한 번 써 보십시오.
갈라진 손등에 로션을 바른 것처럼 그 시간이 나를 촉촉하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길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