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계획의 변천
처음 호텔생활을 시작했을 때 막연한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시기가 부산 광복동 롯데백화점이 새로 지어지고 있을 때였는데, 서면의 롯데백화점처럼 호텔이 같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호텔이 완공되면 롯데호텔로 이적을 해서 일을 하다 나중에 대학교 겸임교수를 해야겠다는 것이 그 당시 저의 목표였습니다. 그 시기가 IMF 끝자락이었고 여기저기 호텔 업쪽에서는 투자를 줄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부산 광복동에는 백화점만 생기고 호텔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롯데호텔로 이적은 제 의도와 상관없이 기회가 사라져버렸습니다.
호텔을 나와 풀무원으로 이적을 할 때까지도 특급호텔에 입사할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부산의 다른 특급호텔에서는 주방을 아웃소싱해서 운영하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보단 내부에서 인원을 충당하거나 인맥을 통한 이동이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외식업계가 갈수록 힘든 상황이 되다 보니 조리사로서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자리를 굳히기는 더욱 더 힘든 세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 시절 저랑 같이 음식을 했던 형들도 동료들도 지금까지 조리사라는 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거지요.
처음에 세운 계획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세운 계획이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더욱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내가 세운 계획보다 세상은 더 빨리 변하기 때문이겠지요. 빈 종이 한 장을 펼쳐 놓고 나의 계획을 적으려고 보면 그 종이 한 장을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계획이라는 게 내 생활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잘 세워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지 눈앞에 불을 끄기도 바쁜 상황에서는 계획이라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작은 계획이라도 있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요.
월요일입니다. 똑같은 일들을 하면서 한 주를 보내겠지만, 그 일들 속에서 작은 행복이 가득하시길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