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일상의 소중함

국민학교 시절의 일기 쓰기

국민학교 시절 요즘은 초등학교라고 이야기하지요. 제일 하기 싫었던 숙제가 일기 쓰기였습니다. 매일 아침 학교에 등교를 하면 일기장을 선생님 책상에 올려놓는 게 그 시절에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럼 선생님이 일과 중에 일기를 다 읽어보시고 빨간색 연필로 틀린 철자를 고쳐 주시고 짧은 선생님의 생각도 남겨 주십니다. 그리고 그날의 잘 쓴 일기는 종례 시간에 읽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당연히 일기를 쓰지 않은 친구들은 사랑의 매? 다스려 주셨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어찌어찌 사랑의 매를 피하기 위해 일기를 쓰지만, 문제는 방학 때입니다. 지금은 방학 숙제라는 것이 없는데 그때만 해도 방학할 때가 되면 방학 숙제가 참 많았습니다. 개학 며칠 전이면 친구들 방학 숙제한다고 다들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건 친구들 거 보고 베껴 쓰기도 하지만, 일기는 그럴 수도 없고 이게 참 고민이었습니다. 이때만 되면 기상청에 지난 날씨를 물어보려고 그리 전화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때 제가 사용한 방법이 매일의 날씨와 그날의 핵심 일들을 일기장 첫 페이지에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그래야 일기 몰아쓰기 할 때 조금은 편했거든요. 이런 일기쓰기는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해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쓰기 싫던 일기가 나이 40이 넘어서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큼 전투적으로 쓰지도 않고 매일 쓰지도 않지만, 하루의 나를 기록하는 의미로 간단간단한 메모 형식으로 기록을 남겨 놓습니다. 저는 공백도 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빈칸으로 남아 있는 곳을 보면 별것 아닌 글자 하나 남기지 못할 정도로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래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가능한 의무감을 갖지 않으려 합니다.

별것 아닌 것이 모이니 별것이 되는 경험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 하찮게 느껴지는 별것 아닌 것들이 사실 별것들이었던 거겠지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나의 일상들이 참 소중한가 봅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별것 아닌 일상을 보내게 되겠지만, 그 시간이 참 따뜻하고 포근하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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