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주문과 자원봉사 이야기
예전에 도시락 주문을 받아 만들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용 간식과 끼니를 대신하는 도시락이었는데요. 도시락을 퀵으로 보내고 나면 그날 만들었던 도시락을 사진으로 찍어 짧은 글과 함께 학부모에게 보내 드렸습니다. 이렇게 보내 드리면 사람의 성향에 따라 장문의 답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 짧게 "네" 하고 답을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때 제일 좋았던 문구가 "오늘도 승리하십시오."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하는 봉사를 갑니다. 저의 재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작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음식을 만드는 걸 업으로 했고, 하루에 2,000식을 만드는 곳에서 마지막 회사 생활을 하고 나왔으니 한 끼 100명 정도의 식사 준비는 저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자원봉사 오시는 분들과 일을 잘 나눠서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일들이 시작되고 마무리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는데 그날 메뉴 중 하나가 숙주나물이었습니다. 숙주를 데쳐서 식히고 약간의 양념을 해서 버무리면 되는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입니다. 자원봉사를 오신 분들 중 한 분이 중학생 아들과 같이 왔습니다. 그 아들이 옆에서 지켜보다 다 되었다고 하니 "만들기 쉽네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때 피카소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아마 다들 아실 것 같은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피카소가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어느 행인이 지나가다 피카소를 발견하고 냅킨을 주며 피카소에게 스케치를 부탁했다.
행인 : "혹시 여기에 그림을 그려 주실 수 있나요?"
피카소는 잠시 생각하더니 냅킨에 스슴윽 그림을 그려주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조금 비싼 가격을 받았다.
행인 : "아니, 그림 그리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피카소 : "아니요, 저는 그 그림을 그리는데 40년이 걸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저는 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걸 만드는데 나는 20년이 걸렸다." 간단해 보이는 숙주나물도 사실 저는 20년을 넘게 해서 얻은 방법입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닌 게 됩니다. 수많은 노력과 실패 그리고 작은 성공들이 모여서 승리를 얻을 수 있으니 저에게 "승리"라는 단어는 그동안의 하찮은 듯한 노력에 대한 보상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는 승리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좋은 분들과 혹은 가족들과 설렘 가득한 하루 보내시고요. 항상 승리하시길 제가 오늘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