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초대와 그리움
어렸을 적 생일이 되면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었습니다. 초대하는 선별 기준은 없었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내 생일인데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이렇게 한마디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때 당시 한 반에 60명이 넘었는데 초대로 우리 집에 온 아이들이 20명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으니, 국민학교 2학년까지는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초대를 하면 엄마가 생일상을 차려 주십니다. 밥상 위에 어떤 음식이 있었고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당시 막내아들 생일상 차려 주신다고 저희 어머니는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 집 공주들을 보니 요즘은 생일파티를 한다고 집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대부분 빕스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소규모의 사람들만 불러서 밥 먹고, 노래방 가고, 보드게임방 가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한 반에 친구 수가 줄어든 것도 있겠지만, 이제 집으로 사람을 초대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 이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풀무원에 입사를 하고 기장의 한 유리공장 구내식당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위탁을 받아 다른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저의 소속은 항상 "을"이었고, "갑"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했습니다. 회사마다 식당 담당자가 있는데 그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일이 편해지기도 하고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기장의 유리공장은 이 담당자가 좀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내 회사 상사에게는 꼿꼿하게 해도 이상하게 "갑"사 담당자 앞에서는 굽실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처세술이 어떤 건지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발령받은 첫날부터 식당 담당자의 위엄을 극도로 높여 이야기한 저희 회사 부장의 말에 선입견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기장의 흙시루라는 한정식집이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한정식집이었습니다. 식당 담당자와 회식을 할 일이 있으면 꼭 그 식당을 예약해서 식당 식구들과 가는데, 그 자리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한상 부러지게 나오는 음식들 맛을 한 번씩은 다 먹어봐야 하는데, 그 "갑"사 담당자 한 명 때문에 음식에 손을 뻗을 수 없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남기고 온 음식을 제대로 못 먹은 것이 어찌나 아깝던지. 지금도 그때 못 먹고 온 계란지단 예쁘게 올라간 잡채가 눈에 아른아른합니다.
음식은 어떤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수십만 원짜리 스테이크보다 편한 사람과 먹는 김밥 한 줄이 좋기도 하고, 대학 때 지옥문 들어가는 것 같았던 혼자 밥 먹으러 구내식당 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혼자 밥 먹는 게 더 편한 걸 보면, 세상도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래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은 최고의 인사말인 듯합니다.
언제 저랑 밥 같이 드실래요?
제가 한상 부러지게는 못해도, 금방 한 밥 한 공기에 생선 한 마리 굽고
뽀글뽀글 된장찌개 끓여서 따뜻한 집밥 한번 해 드릴게요.
오늘은 따뜻하고 포근한 집밥 같은 하루 보내시길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